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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11]부모의 핸드폰
채코
2024. 11. 21. 12:18
부모의 핸드폰
조그만게 너무 예쁘다. 보기만 해도 복덩이 마냥 내 기분을 가장 좋게 한다. 그 속에 들어가기만 하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사랑에 푹 빠진 것처럼 산다. 부모는 어찌 그리 많이 사용하는가? 재미있으면 다 인가?
지금부터 부모의 행동을 읊으려 하니 깊이 생각하는 시간을 가지기 바란다.
• 혼자 노는 아이
어린아이는 그네를 혼자 탄다. 혼자 타다가 재미가 없어서 미끄럼틀을 내려온다. 미끄럼틀을 내려오다가 홀라당 자빠진다. 혼자 목청껏 울어본다. 아빠가 놀아줬으면 좋겠는데 벤치에 앉아 다리를 꼬고 게임만 한다. 아이 우는 소리에 얼굴을 찌푸리며 자리에서 슬그머니 일어난다. 그제야 반응을 한다. 진작 아이에게 관심 주고 놀아주면 얼마나 좋을까? 꼭 사건사고가 나면 반응이다. 아는 사람이면 머리라도 한대 때려주고 싶다. 물론 나이가 많아 아빠 노릇하기 쉽지 않다. 그런데 똑똑하고 자존감이 높은 아이를 원한다면 같이 뛰어야 한다. 특히 아빠와 뛰고 달리고 손잡고 노는 아이들이 학교에 가서도 당당하게 임한다. 명심해라. 당신의 행동으로 선생님이 아이의 책가방을 던지냐?(딸의 초등학교때 진짜 그런 쌤이 있었다.) 심부름 잘한다고 초콜릿 주냐? 부모의 습관으로 아이의 삶과 인생이 통째로 결정된다. 학교 다니며 눈물 줄줄 흘리는 아이를 보고 싶으면 하고 푼 대로 사는 게 정답이다.
• 같이 노는 아이
놀이터에서 혼자 놀게 하지 않는다. 그네를 하늘 위로 부웅 뜰 때까지 밀어주고 시소를 탈 때 얌전히 타지 않는다. 시소 위에 앉으면 배꼽 빠지게 웃고 떠들어야 한다. 몇 번? 두 번? 세 번? 백 번? 일하느라 피곤한 주말이지만 시소를 같이 백 번을 밀어주며 즐길 수 있는 마음이 아주 중요하다. 미끄럼틀에서 잡기를 하면 달리기도 잘하는 아이로 만들 수 있다. 같이 노니까 서로 친구가 된다. 물병에 물을 같이 마시는 건 더워서 목이 말라서 일 수 있지만 서로의 마음과 마음이 통하고 물병 속에 에너지를 동시에 느끼는 기분이 든다. 서로의 얼굴을 보며 기분도 파악할 수 있고 놀다가 재미가 식으면 다음에 무슨 놀이를 할지 결정하고 의논한다. 그렇게 아빠와 신나게 노는 아이는 동네 골목 대장이 된다. 공부 대장보다 골목 대장(=놀기 대장)이 더 인기가 많다. 그 인기는 부모의 바른 선택에 의해 결정된다. 결국 놀 줄 아는 아이가 나중에는 공부와도 연결된다. 할 줄 알면 더 잘하고 싶은 마음속 불덩이를 어렸을 때 부모가 심어줘야 한다. 학교가? 사회가? 어림없다. 학교와 사회는 아이의 빈틈을 빌미 삼아 트집 잡고 꼬집으려고 애를 쓰는 집단이다. 아이의 헛점을 늘 노린다. 잘 노는 아이의 역할은 오로지 부모밖에 없다. 생길 일도 없지만 학교폭력이 두렵지 않다. 눈치가 백단이기 때문이다.
• 공부하는 아이 옆에서 핸드폰 보는 부모
공부가 싫다. 엄마가 하라니까 억지로 한다. 남들처럼 학원에 가서 하고 싶은데 돈 없다며 보내주지도 않고 집에서 엄마 숙제를 한다. 그런데 엄마가 옆에서 자꾸 핸드폰을 보니 공부에 집중이 되지 않는다. 지금쯤 애들이 카톡을 100개 정도 보냈을 텐데 보고 싶어 손이 근질근질하다. 벌떡 일어나 핸드폰을 보면 공부 안 하고 왔다 갔다 한다고 엄마의 잔소리가 무섭다. 잠깐 하는 그 몇 초를 들키고야 만다. 그런데 옆에서 엄마는 무엇을 보는지 얼굴에 미소를 지으며 신이 난다. 유튜브에서 무언가 신기한 게 나오는지 이어폰을 끼고 혼자 신음한다. 왜 나만 보지 못하게 하는 거야? 같이 행동하고 즐거워야 하는 거 아니야? 혼자만 공부하려니 공부 맛이 뚝 떨어진다. 공부가 재미가 없다.
• 공부하는 아이 옆에서 책 보는 부모
아이가 공부를 잘하지는 못하지만 공부습관을 위해 매일 조금씩 습관으로 형성하고 집에서 공부한다. 학원은 다니지 않고 스스로 일정을 짜며 조용히 우두커니 실천한다. 그 옆에는 늘 엄마가 있다. 수학 문제를 모르면 물어본다. 툭툭 던지는 질문으로 문제를 다시 보면 술술 풀린다. 엄마가 옆에서 채점하면 빨간 별표를 다시 풀어본다. 틀린 문제를 머리를 쥐어짜서 다시 봐도 모르겠다. 엄마에게 힌트를 문의하면 콕 집어서 알려준다. 답지를 살짝 보며 말하는 엄마를 조금은 눈감아 줄 의향이 있다. 옆에서 든든하게 지켜주니 오늘 할 일이 쉽게 끝난다. 중학교 들어가니 심화 과정으로 외우는 문제가 많으니 시간을 더 들여서 공부하도록 스케줄을 조절하는 아이를 바란다며 집에 뒹구는 책이라도 좋으니 아이가 공부하는 시간에 부모로써 읽어보자.
• 밥 먹으며 핸드폰 보는 부모
밥 먹으며 아이와 이야기해야 하는데 손과 눈은 핸드폰으로 향한다. 핸드폰 속에 글도 좋지만 좋아요 와 댓글이 나를 유혹한다. 빠르게 누르고 대응해야 한다. 댓글의 위대함을 아는 이들은 다 안다. 그 속의 뉴스들은 나의 통장을 꽉 채워주니 안 보고 지나칠 수 없다. 수면시간이 부족하니 밥 먹는 시간에도 쉴 새 없이 들여다본다. 유일하게 나의 욕구를 채우며 동시에 밥을 먹는다. 배부르게 밥으로 채우는 것보다 핸드폰 속의 정보로 채우는 기분이 더 좋은 건 어쩔 수 없는 거다.
• 밥 먹으며 대화하는 부모
밥상머리 교육은 들어 보았나? 부모가 오늘 본 뉴스에 나오는 정치, 경제, 역사, 미술 중에 인상 깊은 내용을 말해본다. 엄마, 아빠가 주거니 받거니 하는 말을 옆에서 들으니 아이는 중간에 말이 하고 싶어서 끼어들기도 한다. 아는 지식을 총동원해 이야기를 만들어본다. 사건 사고나 이슈에 대해 장점과 단점을 말하고 조언하고 충고하며 이야기꽃을 피운다. 아이가 말을 못 하는가? 학교에서 배우는 과목들과 대화 내용이 연계되어 있으니 누구라도 밥상머리 교육을 실천하면 좋다. 밥풀이 좀 튀면 어떠냐? 그만큼 아는 것이 많고 할 수 있는 말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은 행복한 거다.
왜 그렇게 많이 보니? 지겹지도 않니? 아이에게 할 소리가 아니라. 너에게 다시 한번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이다. 핸드폰이 나에게 무엇을 가져다주는지 생각해 보고 각자가 반성해야 한다. 내가 열심히 일해서 돈 버는 이유는 내 아이와 알콩달콩 오래도록 즐겁게 살기 위해서다. 핸드폰 보고 싶은 욕심보다는 아이를 위해 조금 양보하는 삶을 사는 게 어떨까? 당신이 그 아이를 낳았고 책임지고 가르치며 함께 나아가야 하는 분명한 이유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 책임을 지금 회피하게 되면 커가면서 아이의 불평, 불만을 듣고 살아야 하는 못난이 부모가 된다.
그럼 나? 잘난 맛에 잘 살고 있다.
그 느낌은 고소한 깨소금이랄까?

아침 달리기하며 커다란 물체를 발견했다. 놀이터가 얼마나 재미있으면 책가방이 벤치에 그대로 있다. 엄마한테 혼날 아이를 생각하니 안쓰럽다. 가방을 뒤져서 가져다줄 수도 없고 어떡해야 하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