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맘이라고 서러워할 필요 없다. 더 잘 키우는 방법이 분명히 있다. 그래서 육아에 들어가기 전에 서로 비교하려고 한다. 개인적인 경험에서 써 내려가는 것이니 누구든지 눈을 치켜뜨고 보지 않았으면 한다. 인생이 이러기도 저러기도 한다는 것은 당신도 충분히 이해하리라 믿는다.
1. 학교 배웅과 마중
■ 직장맘
학교 배웅과 마중은 할 수도 없다. 아이를 깨워서 밥 먹이고 나 먼저 회사에 나가니 누구랑 같이 학교에 가는지 알 수 없다. 학교가 다행히 코앞이라 신경이 덜 쓰인다. 배웅의 아쉬움과 마중의 설레임은 어느 곳에도 찾을 길이 없다.
■ 전업맘
아이와 손잡고 학교 배웅을 나간다. 작은 손을 오물조물 맞잡고 걸어가 본다. 가방을 들어주고 길을 나란히 걷는다. 학교 앞에서 아이를 꼬옥 안아주고 아쉬움을 달래며 집으로 온다. 아이가 올 시간이 다가온다. 30분부터 준비하며 바쁘다. 신발을 신고 학교 앞에서 목을 길게 빼고 기다린다. 다른 반 친구들은 모두 나와 집으로 가는데 무슨 일인지 딸이 보이지 않는다. 저쪽에서 딸이 달려 나온다. 방긋 웃는 얼굴을 보고 이야기한다. 아이는 재잘재잘 오늘 늦은 이유와 선생님, 친구들의 이야기꽃을 피우니라 숨이 가쁘다. 일 년 동안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하루도 빠짐없이 아이와 함께 했다. 딸이 어느날 살포시 나에게 이야기 한다. 이제 오지 않아도 된다며 조용히 속삭인다. 아이와 함께 등굣길이 즐거웠는데 이제 손을 놓아주어야겠다. 마음 한켠에 조금 서운한 마음을 자리 잡는다. 조금씩 성장하는 아이는 서서히 친구들과의 우정에 더 시간을 쏟으니 이해하려고 한다.
2. 소풍 가는 버스 따라가기
■ 직장맘
일을 하는 중에 핸드폰으로 사진이 띠링 온다. 버스 안의 아이 얼굴이 흐릿하게 보인다. 소풍 가는 날 배웅을 못해서 미안한 마음인데 얼굴이라도 볼 수 있어서 기쁘다. 아이 사진을 찍어 보내준 동네 엄마를 나중에 만나면 맛난 거라도 사줘야겠다. 그런데 큰일이다. 퇴근 후 늦은 저녁에 아이를 만나면 마중 나가지 않아 아이의 짜증을 어떻게 이겨내야 할지 혼자 고민해 본다.
■ 전업맘
아이가 소풍을 간다. 새벽같이 일어나 밥을 곰돌이 모양으로 틀에 넣고, 소시지를 엮어서 입을 만들고, 김으로 눈을 만들며 알록달록 과일로 장식하고 몸을 바쁘게 움직여 본다. 아이의 도시락을 가방에 넣고 아이와 같이 학교에 나선다. 학교에 들어간 아이는 30분이 지나도 교실에서 나오지 않는다. 학교 앞 버스에서 기다려본다. 삼삼오오 옹기종기 아이들이 하나씩 버스에 오른다. V자를 그리며 버스에 오르는 딸이 너무 귀엽다. 창밖에서 손을 맞잡으며 뽀뽀를 날려보고 사진을 찍어서 고이 저장한다. 버스가 출발하기 직전까지 아이를 또랑또랑 올려다본다. 소풍 장소가 궁금하여 승용차를 끌고 남편과 함께 따라간다. 멀리서 체험하는 아이의 형체가 문득 문득 보인다. 다가가서 알은체를 하며 참견하고 싶지만 꾹 참는다. 내 아이가 어디 다치면 어쩌나 싶어서 궁금해 죽겠다. 이렇게 남편과 같이 따라다니기라도 해서 위안을 삼아본다.
3. 학교 준비물 챙기기
■ 직장맘
학교 들어가면 초반에는 잘 챙겨주어야 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집에 있지 않기에 멀리서 지켜보는 수밖에 없다. 아이가 스스로 챙길 수 있도록 옆에서 조언해 주고 관심 가져준다. 절대 먼저 나서지 않는다. 미리미리 준비할 수 있도록 알림장을 같이 보며 챙기지만 서서히 발을 뺀다. 그것은 내 일이 아니다. 아이가 충분히 스스로를 책임지도록 내버려두어야 한다. 스스로 아주 잘한다. 믿어주는 것이 부모의 역할이다.
■ 전업맘
일일이 따라다니며 챙긴다. 아이를 위해 책가방을 뒤지고 저 밑바닥에 깔린 고깃고깃한 종이를 곱게 펴서 밑줄 그으며 준비물을 준비한다. 알림장을 챙기지 않은 날은 공책을 북 찢어서 알림장 대신 사용하는가 보다. 하루 이틀은 할 수 있으나 서서히 화가 나고 싸움이 된다. 숙제와 준비물까지 챙기려니 집안일보다 더 손이 많이 간다. 아이와 상의하나 말을 잘 안 해서 속이 터진다. 알림장으로 준비하기에 부족한 부분은 같은 반 동네 엄마들에게 전화를 돌려 알아낸다. 그런 일이 반복되다 보니 지치고 힘이 든다. 고쳐지지 않으니 오랜 시간 나의 몫이 된다.
4. 학교 급식
■ 직장맘
아침을 집에서 부실하게 먹으니 학교급식에 목을 맨다. 무엇을 먹는지 어느 반찬이 나오는지 신경 쓸 겨를이 없다. 밥에서 날파리가 나오고 국에서 비닐이 나왔는지 알지 못한다. 그저 오늘 반찬 많이 주셔서 아이 배고프지 않게 해주시니 감사하다고 기도드린다. 아이도 학교 밥이 맛있다며 싹싹 깨끗이 잘 먹는다. 급식실이 없어서 교실에서 같이하는 선생님은 밥 잘 먹는 딸을 늘 칭찬해 주신다. 직장에 다니느라 집에서 칠첩반상으로 곱게 차려주지 못하니 점심을 배부르게 먹을 수 있는 학교 무료급식에 매일매일 감사한 마음이다.
■ 전업맘
아이가 점심이 맛이 없다고 한다. 그래서 학교에서 밥을 안 먹는다. 깨작깨작 먹는 둥 마는 둥 하고 집으로 온다. 집에서 아이가 좋아하는 것으로 점심을 미리 준비해 놓는다. 오징어링하고 용가리 치킨도 튀기고 분주하다. 학교 끝나자마자 집에 온 아이는 배가 고팠는지 소스를 찍지도 않고 허겁지겁 먹는다. 도대체 학교급식 수준이 어쩌길래 아이가 먹을 수 없는 지경인지 학교급식 부모 참여 모니터링을 신청하여 학교에 참여할 것이다. 내일 학교 가면서 엄마들에게 급식이 맛이 어떤지 물어봐야겠다. 다 같은 의견이 모아지면 교장선생님에게 따지든지 하려고 단단히 벼른다.
5. 길 찾기
■ 직장맘
아이가 초등학교 4학년이 되어 롯데월드를 친구들끼리 간다. 나와 여러 번 지하철을 타본 경험을 가져서 괜찮아 보인다. 조금 두려운 마음이 있지만 처음으로 지하철을 타고 친구들과 수다 떨며 출발한다. 친구들과 하루 종일 놀이 기구 타며 공부 스트레스도 풀고 간식도 먹으며 좋은 추억을 만든다.
■ 전업맘
아이의 지하철 카드를 만들지 않는다. 승용차로 다니기에 교통카드가 필요없다. 어느 날 지하철 카드를 요구하고 롯데월드를 가야 된다며 떼를 쓴다. 친구들과 가기로 했다는데 불안한 마음이 들어 반대한다. 시무룩하게 지내더니 밥도 안 먹고 방문을 쾅 닫고 나오지 않는다. 다 컸지만 늦은 밤까지 나다니는 꼴을 보지 못한다. 세상이 얼마나 위험한데 말도 안 된다. 친구들의 추억보다 아이의 안전이 더 중요하다. 아직은 보듬고 보살펴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아이는 남들 다 가는 롯데월드를 친구들과 한번도 가지 못한다.
어린이집에 할머니 손잡고 잘 다니던 아이는 학교 가는 길에는 엄마 손잡고 가고 싶다며 떼를 쓰고 울어댄다. 직장맘이라 해 줄 수 없기에 늘 미안하고 안쓰러운 마음이 크다. 다른 아이들과 비교가 되니 딸은 스트레스가 극에 달해 엄마를 괴롭히고 싶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주체하지 못하는 화를 참을 길이 없다. 그래서 딸은 어느날 세숫대야에 물을 한가득 담아 방에 뿌린다.
엄마는 왜 달라.
직장에 다니는 게 나보다 더 중요한 거야?
화가 난 아이의 마음을 이해한다. 얼마나 힘들고 서러웠으면 그랬을까 싶어 입을 꾹 다물고 마른 걸레로 바닥을 훔치며 혼자 울음을 참는다.
긴 세월이 지났으니 이제는 말하고 싶다. 직장맘이라고 아이가 부족한 것도 전업맘이라고 아이가 충분한 것도 그 무엇도 아니다. 단, 부모의 현명한 지혜가 아이의 미래를 보장하는 건 확실하다. 부모가 아이의 대학, 직장, 배우자를 정해줄 수는 없지만 아이 스스로 자신감을 가지고 세상을 살아가리라 믿는다.